운이 없는 사람보다 ‘운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을 위하여

8월 2 • 5′ reading • 266 Views • 운이 없는 사람보다 ‘운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을 위하여에 댓글 닫힘

행운을 믿는 사람들을 위하여

죽은 산호를 던진다. 퐁당- 하는 작은 소리가 순식간에 사라진다. 에메랄드색 바다는 대답이 없다. 괌의 바다는 고요하다. 파도 하나 없는 낯선 바다. 현지 가이드 설명으로는 근처에 있는 마리아나 해구가 백사장으로 밀려오는 파도를 흡수한단다. 괌은 좋겠다. 마리아나 해구가 있어서. 나도 내 파도를 집어삼키는 해구가 있었으면. 다시 죽은 산호를 던진다.

원래 계획은 괌이 아니었다. 처음엔 오키나와 아니면 세부였다. 다음에는 생뚱맞게도 프랑스 보르도였고 그러다 유럽이라면 한 달은 있어야지 하는 생각에 몇몇 나라가 끼어들었다. 하지만 부족한 재정을 이유로 취소했고 한동안 여행 계획은 진전이 없었다.

출발하기 보름 전이었다. 괌으로 떠나기로 결정한 건. 별다른 고민이 없었다. 괌은 괌이니까. 어디든 생각을 정리할 장소가 필요했다. 무슨 생각이냐 하면, 생각이 너무 복잡다단해져서 대체 무슨 생각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 굳이 생각의 장르를 말하자면 졸업을 앞 둔 대학생의 고민, 세상에서 제일 쓸데없는 예술 학사를 취득하고 졸업한다는 내 처지와 관련된 것이었다.

하지만 괌은 좀처럼 생각을 할 수 있는 장소가 아니었다. 아니면 내가 생각을 할 만한 상태가 아니었거나. 돌이켜보면 광경과 분위기에 압도되어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괌은 무척 평온했다. 바다도 하늘도 땅도 조용했고, 사람들은 느그적 느그적 걸어 다녔다. 간혹 보이는, 급하게 서두르는 사람들은 관광객이거나 혹은 나였다.

책에는 두 명의 주인공이 나온다. 행운 씨는 굉장히 릴렉스한 인생을 사는데도 매번 행운이 따른다. 그는 어느 날 문득 섬으로 여행을 떠나는데, 행운 씨의 이야기 머리말에는 ‘행운을 믿지 않는 사람들을 위하여’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두 번째 주인공은 불행 씨다. 이 남자는 이름에 걸맞은 인생을 살고 있다. 열심히 살지만 불행한 일만 닥친다. 얼마 전에 직장을 잃었고, 마음이 무거워 고개를 숙이고 다닌다. 그러다 바닥에서 여행 책자를 발견하고 행운 씨와 같은 곳으로 여행을 떠난다. 불행 씨의 머리말에는 ‘행운을 믿는 사람들을 위하여’라는 문구가 있다.

자신이 처한 상황을 즐기면서 긍정적으로 산다면 별다른 행운 없이도 행복할 거라는 참 행복한 이야기다. 작가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행운을 믿는 사람에게는 불행한 사건이 펼쳐지고, 행운을 믿지 않는 사람에게는 행복이 찾아온다면 나는 뭘 믿고 살아온 걸까.

그렇게 따지고 보면 나의 괌 여행은 행운을 바라고 떠난 여행이라고 할 수 있겠다. 도저히 수습되지 않는 생각을 그곳에 가면 어떻게든 해결 할 수 있을 거라 믿었으니까. 물론 인생은 동화책처럼 밸런스 조절을 하지 않는다. 나는 생각을 정리하지도, 복권에 당첨되지도 않았다. 이제 행운에 대한 믿음을 버려야 할 때가 온 건지도 모르겠다. 네 잎 클로버와 세 잎 클로버의 꽃말이 생각난다. 네 잎은 ‘행운’이고, 세 잎은 ‘행복’이다.

김구 선생의 말을 조금 바꾸어 본다. 내가 처한 상황은 어쩔 수 없으나 반응은 언제나 내 몫이라고. 그래, 분명 나를 위한 마리아나 해구가 있겠지. 또 어려운 생각이 든다면 괌도 모르게 파도를 빨아들이는 해구를 떠올리며 행복해져야겠다.

행운을 찾아서  세르히오 라이를라 / 살림어린이

다른 성향의 두 주인공이 각기 같은 여행지를 향해 떠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책 앞에서는 행운 씨의 여행이, 반대편에서는 불운 씨의 여행이 펼쳐져 앞으로도 읽고 뒤로도 읽는 독특한 구성. 행운 씨와 불운 씨는 우연히 동시에 휴가를 떠나는데, 목적지가 같습니다. 똑같이 당황스러운 상황을 맞지만 문제를 대하는 자세는 전혀 다르죠. 여행의 출발부터 도착까지, 차를 타거나 사람을 만나는 모든 과정이 달라도 참 다릅니. ‘운’을 행운으로 바꾸느냐 불운으로 바꾸느냐는 결국 마음가짐에 달려 있다는 걸 두 편의 이야기로 풀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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