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나 깨나 소년 생각, 소년범들의 아버지 – 부산가정법원 천종호 판사

2월 13 • Interview, man • 708 Views • 자나 깨나 소년 생각, 소년범들의 아버지 – 부산가정법원 천종호 판사에 댓글 닫힘

가정의 뿌리를 잃은 아이들, 학교 밖으로 밀려난 아이들은 삶의 역풍을 견디기가 어려웠다. 뿌리가 뽑힌 채 자신이 선 자리에서 쓰러졌고, 어디로 휩쓸려 가는지 모르는 채, 먼지 구덩이에, 진흙탕 속에 몸을 맡겼다. 어둠이 시선을 가리고, 그림자를 드리울 때, 서서히 그 생명마저 침식당할 때, 저 깊은 혼란과 고통 속으로 침잠할 때, 그는 아이들의 손을 꽉 움켜쥐었다. 그는 아이들의 뿌리가 되고, 바람막이가 되었다.

Q. 8년째 소년재판을 전담하고 계시는데, 이례적인 일이지요?
원칙적으로 2년마다 사무를 바꾸게 돼 있는데 기적 같은 일이죠. 소년재판을 계속하고 싶어도 다른 판사의 기회가 차단되니까 쉽지 않은 일인데, 제 의지도 있었고 주변 환경이 8년 동안 소년재판을 담당하도록 만들었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저는 이 길을 계속 가게 될 겁니다. 우리나라가 비행 청소년 정책에서 후진적인데 이런 후진적 정책을 선진화하는데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비행 청소년들이 한 명이라도 더 바른길로 갈 기회를 제공하고 싶기도 하고요.

Q. 소년기에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자랐다고 하셨는데, 그 경험이 소년 재판을 지속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볼 수 있을까요?
직접 연결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어렸을 적 부산 슬럼가에 살았습니다. 환경 탓이라고 해야 할지, 아직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친구, 선후배들이 많아요. 당시에 누군가한테 도움을 요청하고 싶을 때가 많았는데 마땅히 부탁할 사람이 없었습니다. 누가 물꼬를 터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지금도 그때의 기억이 강하게 남아있어요. 비행청소년들도 말은 못 하지만 우리가 도움을 주면 인생의 물꼬를 터주는 게 아닌가 하는 마음으로 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

Q. 판사님께서는 소년재판 중에서도 소년보호재판을 담당하고 계시잖아요, 소년보호재판과 소년형사재판이 어떻게 다른지 설명 부탁드려요.
청소년이 살인, 성폭행과 같은 범죄를 저지르면 어른과 동일하게 형사재판을 받습니다. 소년형사재판이라고 합니다. 아홉 가지 형벌을 부과할 수 있는데 최악의 경우 사형까지 선고할 수 있습니다.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 가해자들이 소년형사재판을 받고 있죠. 소년형사재판을 받게 되면 형벌을 부과하게 돼 있습니다. 형벌을 부과하면 법무부가 집행을 해요. 판사가 개입할 여지가 없습니다. 그와 달리, 슈퍼에서 물건을 훔치거나 오토바이 폭주를 한 청소년은 소년보호재판을 받습니다. 형사재판을 받고 전과자로 만들면 나중에 사회에 더 큰 해악을 끼칠 수 있다는 판단에 그렇게 하고 있죠. 소년보호재판은 열 가지 소년보호처분이 내려집니다. 제일 무거운 처분이 2년간 소년원에 보내는 10호 처분이고요. 10호 처분을 많이 한다고 해서 제 별명이 ‘천10호’입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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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소년재판부는 감정 소모가 많아 판사들사이에서도 기피 부서로 통한다고 들었는데, 어떤 면에서 감정 소모가 많은가요?
요즘 청소년들이 덩치도 크고 약았다고 생각하시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아주 미숙합니다. 미숙하다 보니 재비행을 저지르는 경우가 많아요. 재판의 최종 목적은 법정에 다시 서지 않도록 하는 겁니다. 그러기 위해 대책을 세워야 하는데 방법이 두 가지입니다. 품행 교정과 환경 조정. 상담으로 생활 습관이나 태도, 정신력을 바꿔주는 게 품행 교정입니다. 그런데 아이가 상담을 받고 새로운 삶을 살겠다 마음먹고 집으로 돌아갔는데 아버지가 알코올 중독에 폭력적이고 어머니가 안 계셔 챙겨줄 사람이 없다면 바로 살고자 하는 결심이 오래 못 가잖아요. 그렇다고 판사가 이혼한 부모를 강제로 결합시킬 수도 없고, 사비를 털어 수많은 아이의 경제적 문제를 해결해 줄 수도 없고요. 그런 상황에서 재판을 하다 보면 3-4개월 내에 환경 교정이 안 된 아이들이 법정에 또 옵니다. 2년간 법정에 여덟 번 선 아이도 있어요. 배고파서 빵을 훔쳤는데 소년원 보낼 수 없잖아요. 다시 돌려보내면 환경 조정이 안 돼 또 훔쳐서 옵니다.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니까 판사들이 정신적으로 너무 지쳐버립니다.

Q. 판사가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 앞에서고민이 많으셨을 것 같습니다.
여기 부산 일대에는 소위 하꼬방이라고 불리는 집들이 많습니다. 집 안에 화장실이 없어 공용화장실을 이용해요. 어떤 아이 집은 쓰레기로 꽉 차 발 디딜 틈이 없는 경우도 있고요. 한 여자아이는 집 안에 온통 곰팡이가 슬어 할아버지, 아버지, 오빠와 같이 방을 쓸 수 없으니까 가출을 하는 거죠. 이 아이들 입장에서는 가출이 아니라 탈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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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런 악순환을 끊고자 청소년회복센터를 시작하셨지요?
국내에서 2010년 1년간 비행을 저지른 청소년 수는 12만 명이었어요(현재는 출산율 저하로 7만 5천 명으로 줄어듦). 창원지방법원에 있을 때 통계를 내니까 비행청소년의 70%가 결손, 빈곤가정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빵, 담배를 훔치면 부모가 있는 아이들은 피해 변상하고 훈방 조치가 되는데, 70%에 속하는 아이들은 법정에 서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결손 가정에는 구조적 결손도 포함되거든요. 아버지가 교도소에 있다든지 어머니가 정신병이나 알코올 중독을 앓고 있다든지. 이런 아이들에게는 품행 교정도 필요하지만 더욱 필요한 건 제대로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일이거든요. 선처를 해서 집으로 돌려보내도 재비행을 저지를 게 뻔하고 비행이 누적되면 소년원을 가게 되고, 소년원을 가면 성인 범죄자가 되니까, 대안 가정을 만들어 이 아이들이 가정에서 살 수 있도록 만든 게 청소년회복센터입니다. 센터라고 말하고 있지만 시설이 아니고 부모의 역할을 대신하는 분들이 있는 대리 가정입니다.

Q. 국가에서 청소년회복센터 운영과 관련해서는지원이 없다고 들었는데요. 어떤 방식으로운영되고 있나요?
센터장님 부부가 최대 열 명의 아이들을 보살핍니다. 센터로 가는 아이들은 가정에서 방치되고 버림받은 경우가 많거든요. 이 아이들을 다시 학교에 보내려면 옷 사 입히고, 차비도 줘야 하고, 여러 가지 생필품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열 명씩 데리고 살려면 전기세, 물세, 식료품비 등 생활비가 어마어마하게 들어갑니다. 게다가 센터에 처음 오는 아이들은 하루에 여섯 끼를 먹습니다. 애정결핍이 있는 아이들 경우 따듯하게 밥을 해주고 편안한 환경을 제공하면 처음 3개월 동안 몸무게가 10kg 이상 늘어요. 이런저런 비용을 합치면 일 년 운영비가 거의 억대로 들어가죠.그런데 센터를 운영하는 분들이 받는 보조금은 법원에서 청소년 1인당 교육비로 제공하는 50만원이 전부입니다. 평균적으로 7~8명이 센터에서 생활한다고 봤을 때 400만 원을 공식적인 지원금으로 받는 건데, 운영비의 절반이나 될까요? 나머지 금액은 사명감으로 자부담을 하시는 거죠.

Q. 그렇게 열악한 상황에서 센터 운영을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있을까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만사소년’이라는 사단법인 단체를 만들어서 후원계좌를 통일하고, 스무 개의 센터에 월 30만원 씩 분배를 하고 있습니다. 개별적으로 보면 적은 돈이지만 20개 센터를 합치면 월 600만원이거든요. 전체로 하면 꽤 큰돈입니다. 중요한 건, 센터를 운영하시는 분들 인건비는 전혀 지급하지 못 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열정 페이죠.
국가가 범죄 방지와 질서 유지를 위해 세금을 걷어 경찰력을 유지하는 데 사용하잖아요. 그런데 이분들이 실질적으로 아이들을 보살피면서 범죄를 예방하고 있지 않습니까. 국가가 세금도 걷고 범죄방지 효과를 누리면서도 지원금을 전혀 지급하지 않는 건 이중으로 이득을 누리는 상황인 거죠. 6개월간 센터에 머물고 있는 아이들은 범죄 안 저지르거든요. 6개월 치 비행이 예방된다는 건데, 함께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원칙적으로 회복 센터, 보호관찰소, 상담기관 모두 정부가 만들어야 합니다. 비행을 저지른 청소년들을 보낼 곳이 없으니 판사들은 번 아웃 되고 재비행이 반복되는 거죠. 뜻 있는 분들과 청소년회복센터를 하나, 둘 만들어 가면서 희망을 만들어 가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Q. 비행 청소년과 관련된 국내 정책이 아직은 후진적이라고 하셨는데, 다른 나라의 정책은어떤가요?
독일에는 다양한 ‘하임(Heim)’이 있어요. 학교폭력 피해자 또는 비행 청소년을 위한 하임이 있는데, 한 명당 평균 7,800만원에서 9,600만원을 국가에서 지원합니다.
또, 2014년에 일본의 슈토쿠학원(아동자립지원시설)을 직접 방문했었는데 당시에 평균 7,600만원을 한 아이에게 지원하고 있었고요. 미국이나 호주 역시 비슷합니다. 최근에 판사 한 분이 뉴질랜드를 다녀왔는데 한 아이당 2억원을 지원한다고 합니다. 모든 선진국이 저출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거든요. 비행 청소년 한 명을 건전한 사회인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게 세금을 아끼는 길이라는 걸 직감적으로 아는 거죠. 그래서 투자를 많이 합니다. 가정에서 기본 교육이 안 되면 학교에서 문제아로 낙인찍힐 수밖에 없어요. 배운 거라고는 TV나 게임, 영화에서 본 자극적인 이미지가 전부인 아이들이기 때문에 가정교육부터 제대로 시킬 필요가 있다는 거죠. 결국은 청소년회복센터가 대안이라고 판단됩니다.

Q. 한 인터뷰에서 과거에 비해 청소년 범죄가특별히 잔인해졌다고는 볼 수 없다고말씀하셨는데, 청소년 범죄의 흐름이 어떤지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은 SNS에 드러나 전 국민의 공분을 사게 됐지만, 최근에도 여자아이들 세 명이 한 아이를 그 정도로 패고 담뱃불로 몸을 지진 사건이 발생했어요.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지 그와 비슷한 사건은 꾸준히 있었습니다. 과거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인정 욕구가 강해진 사회거든요. 타인에게 인정을 받고 싶어하는 겁니다. SNS가 발달하니까 ‘좋아요’를 눌러주면 그게 진짜 기뻐해야 할 일인지 아닌지 판단하지 못하고 그 패턴에 반응하는 아이들이 돼버린 거지요.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도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피해자의 사진을 찍어 올리겠습니까? 처벌받을 수 있는 증거를 스스로 공개한 꼴인데, 그런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모두가 볼 수 있는 공간에 올린다는 건 아이들이 지극히 미숙하다는 걸 입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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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행을 저지른 청소년들을 보낼 곳이 없으니
판사들은 번 아웃 되고 재비행이 반복 되는 거죠.
뜻 있는 분들과 청소년회복센터를 하나, 둘 만들어 가면서
희망을 만들어 가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Q. 미디어의 폭력성이 청소년 범죄의 강력한 동기라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는데, 이 의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아이들이 폭력을 행사하는 장면을 잘 생각해보십시오. 어디서 본 듯하지 않습니까? 영화나 TV에 지극히 자주 등장하는 장면입니다. 우리 사회가 그만큼 폭력에 무딘 사회라는 증거입니다. 평생 인정 한 번 받지 못하고 박수받지 못한 아이들이라서 ‘좋아요’로 반응해 주니까 점점 자극적인 행동을 하게 되는 겁니다. 비행 청소년 아이들과 SNS 친구 맺어보셨나요? 아이들이 하는 말의 99%가 욕입니다. 지난 책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사회 전체가 아버지가 되지 않으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습니다.

Q. 비행 청소년에 관대하지 않은 사회라는 생각도 듭니다.
제가 한 시상식에 참여했다가 탈북 청소년 대상으로 학교를 운영하시는 분의 수상 소감을 들었는데, 그분이 우리나라에는 상류층, 중산층, 저소득층, 다문화가정, 탈북민 이렇게 다섯 계층이 있다고 표현하시더군요. 그분들은 계층에라도 들어가는데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들은 계층 밖에 있는 투명 인간들이에요. 혐오감을 갖게 만드는 ‘비행’이라는 말과 선거권이 없는 ‘청소년’이라는 말이 결합해 투명 인간이 됐습니다. 누구도 도와주려 하지 않아요. 그래서 비행 청소년 분야는 발전이 없습니다. 답보 상태일 뿐이죠.
이런 인식을 바꾸는 게 쉽지 않습니다.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들 중에 결손가정이 많다고 하는데 결손 가정 아이들이 다 범죄를 저지르느냐.’ 물으면 할 말이 없어요. 혐오감을 갖지 말라는 게 아니라 새로운 피해자 발생을 막고 사회적 비용을 줄이겠다는 마음으로 이 아이들의 환경 개선을 위해 조금만 배려해 주시면 좋겠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큰 걸 바라지 않습니다.

Q. 비행 청소년을 향한 인식 개선을 위해 전국을 다니신다고요.
전국에서 강연 요청이 많이 옵니다. 교회, 학교, 여러 기관 등에서요. 그런데 비행 청소년들의 실상을 알리고 처우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는 강의가 아니면 거절합니다. 제가 공직에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기차 예매하고 차 운전해서 다니고, 기차 안에서 점심, 저녁 해결하면서 혼자 전국을 돌아다닙니다. 쫓아다닌다고 보시면 됩니다. 엄벌보다는 환경 조정이 중요하다는 점을 알리고 있습니다.
강연을 가면 ‘비행 청소년들이 변화 가능성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습니다. 결손 가정 아이들 중에서 비행 저지르지 않은 아이들 도와주라는 말도 많이 듣고요. 저는 변화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데요, 변화 가능성이 없다고 치더라도 이 아이들을 처벌하고 가둬만 놓으면 될까요?
교화 가능성이 있든 없든 이 아이들의 재범을 방지하는 게 사회의 임무고 어른들의 역할 아니겠습니까. 처벌이 끝나면 범죄자가 아니지 않습니까. 범죄자였던 거죠. 처벌이 끝나도 범죄자라고 낙인찍는 것은 이중 처벌인 거죠.

Q. 세 번째 책을 준비 중이시라고요? 간략한 소개 부탁드려요.
학교 폭력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은 학교 폭력일까요, 아닐까요? 학교 폭력입니다.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학생이 피해자면 모두 학교 폭력입니다. 어른이 학생을 때려도 학교 폭력이 돼요. 학교 내에서, 친구들 간, 선후배 간 발생하는 게 학교 폭력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을 정확하게 알리고 싶습니다.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에서 가해자들은 문제를 일으켜 대안학교에 보내진 아이들입니다. 그런데 피해자 아이는 어땠을까요? ‘피해자 학생’이라고 하니까 선량한 학생이 수업 마치고 집에 가다가 얻어맞은 줄 압니다. 그런데 이 아이도 60일 이상 결석하고 가출한 전력이 있는 아이입니다.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학교와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혐오했던 아이들입니다. 학교에 안 왔으면 좋겠다 해서 학교도 장기 결석하고, 그런 아이들이 모여서 무리를 짓게 되는 거죠. 고위험군 아이들은 사소한 일에도 폭력을 쓰고 사건을 만듭니다. 대화도 안 되죠. 영화에서 욱하면 폭력을 사용하는 것과 똑같은 거예요.

“처벌이 끝나면 범죄자가 아니지 않습니까.
범죄자였던 거죠. 처벌이 끝나도 범죄자라고 낙인찍는 것은 이중처벌인 거죠.”

Q. 그 사건이 터진 후에 소년법을 폐지하자는청원도 있었고, 소년법이 이슈화됐는데 그 문제를 다루시는 거군요.
사건이 터지자마자 피해자를 선량한 아이, 우리 편으로 만들고, 소년법을 폐지해 가해자들을 사형, 무기징역 시키자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조폭이 민간인을 때리면 몇 년을 선고할까요? 3년에서 5년 사이로 선고합니다. 이 사건이 조폭의 폭력 행위보다 더 엄한 처벌을 받아야 하는 사건일까요? 소년법을 폐지하지 않아도 가해자들에게 5년을 선고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왜 폐지하자는 여론이 일어났을까요? 학교 폭력의 본질을 깊이 알려고 하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진상을 보지 못 한 것입니다.

Q. 판사님이 생각하시는 정의로운 사회는 어떤 모습인가요?
성경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성경에 정의와 공의가 자주 등장합니다. 히브리어로 공의와 정의가 구분이 되거든요. 공의는 미슈파트(טָּפְׁשִמ) 정의는 체다카(קֶדֶצ로 돼 있습니다. 분명히 개념을 달리 하는 거죠. 개념을 정리하면 정의는 오늘날 권력, 지위, 부와 재산 등 사회적으로 중요하게 여겨지는 가치를 적정하게 배분하고, 배분한 가치를 누리게 하고,누리는 데 방해가 있을 때 시정하는 게 정의의 핵심입니다. 미슈파트는 책임입니다. ‘타인의 것을 빼앗지 말고, 너에게 주어진 복만 누려라. 뺏기면 빼앗아 줄게.’ 이게 공의입니다. 체다카는 다릅니다. 격차가 날 때 도와주라는 겁니다. 고아와 과부와 나그네와 옥에 갇힌 자를 위해 네가 많이 가지고 있다면 사랑으로 채워주라는 게 성경에서 말하는 정의입니다. 우리 사회가 공의를 많이 주장합니까, 정의를 많이 주장합니까? 물론 처벌할 땐 처벌해야 합니다. 하지만 처벌이 끝났을 때, 너희들은 나쁜놈이니까 알아서 살아라 하는 건 정의롭지 않은 거죠.

Q. 2018년에 특별히 바라는 일이 있으신가요?
다른 것보다 청소년회복센터에 국가 예산이 지원되기를 바랍니다. 센터를 운영하시는 분들께 인건비라도 드릴 수 있다면 더없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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