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기 위해 뭐든 다(MD) 합니다! – 알라딘 인문MD 박태근

9월 22 • Interview, man • 3214 Views • 팔기 위해 뭐든 다(MD) 합니다! – 알라딘 인문MD 박태근에 댓글 닫힘

 

그의 정체성은 분명했다. MD의 업무를 한 마디로 요약해 달라는 질문에도, 책을 선별하는 기준도, 심지어 인생책 세 권을 꼽아달라는 부탁에도 ‘책 파는 사람’냄새가 나는 답변을 내놓았다. 그렇다고 싸구려 물건을 파는 장사꾼 이미지는 결코 아니었다. 출판계와 독자를 향한 존경심도, 자신만의 철학도, MD로서의 자부심도 엿볼 수 있었다. 그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결심했다. “이 사람이 추천하는 책은 꼭 읽어야겠다!”

 

 

Q.출판사 편집자에서 온라인 서점 MD로 직종을 옮기신 걸로 아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으셨나요?

2006년 휴머니스트 출판사에 입사했고, 온라인 서점이 본격적으로 알려진 게 2005년 즈음이었어요. 출판계에 들어올 준비를 하던 시점이니까 온라인 서점을 드나들면서 그 공간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게 된 거죠. 다른 서점에 비해 알라딘이 책과 관련된 여러 행사와 기획, 콘텐츠가 많이 오가는 공간이었어요. 휴머니스트에서도 인문, 역사책을 만들었고 자연스럽게 알라딘 인문 MD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당시 인문MD 금정연 씨가 그만둔다는 소식을 듣고 공채가 떠서 지원을 했는데 합격을 하게 됐어요. 출판사를 그만두겠다는 생각이 많지는 않았는데, 이 자리는 언제 또 기회가 올지 알 수 없으니까 과감하게 선택을 한 거죠.

 

 

Q.한 간행물에 연재하신 글에서 ‘여전히 편집자라 생각하며 일하고 있다’고 하셨는데 MD와 출판사 편집자는 어떻게 비슷하고, 또 어떻게 다른가요?

일은 많이 달라요. 편집자는 책을 만드는 사람이고 MD는 파는 사람이니까. 역할 자체가 다른데, 편집자는 흩어져 있는 지식의 가치를 발견해서 책이라는 상품으로 구현한다면, MD는 책이 모여 형성된 정리되지 않은 세계에서 책과 책을 엮어 또 다른 가치를 발견하죠. 그런 맥락에서 편집자든 MD든 편집이라는 역할이 분명 필요합니다. 또 수많은 책 중에서 소수의 책을 고르는 게 MD의 역할이기 때문에 어떤 의미에서는 편집이라고 할 수도 있죠. 편집자가 결합하는 방식의 편집을 한다면 MD는 배제하는 방식의 편집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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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MD가‘뭐든지 다’의 약자라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많은 사람과 책을 만나고 다양한 이벤트를 기획하는 등 하는 일이 굉장히 많은 걸로 아는데, ‘이게 바로 MD의 일이다’라고 할 수 있는 업무는 무엇인가요?

간단히 말해서 책을 파는 사람이에요. 모든 활동은 궁극적으로 책을 팔기 위한 일이죠. 적극적으로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서점에서 하는 모든 일이 결국 책 판매와 연결됩니다. 설명을 더하자면, 책 판매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의 가능성을 늘려가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요 인문사회 출판사의 출간 예정작을 알려주는 「미리보는 인문교양」 소책자를 만드는 일도 미리 정보를 제공해 기대를 높이는 역할을 하는 것이고, 서양철학 가이드를 제시함으로써 그 안에 포함된 책뿐만 아니라 철학이라는 세계에 들어오는 방식을 알려주는 거잖아요. 거창한 문화적인 의미를 부여한다기보다 책을 팔 수 있는 가능성을 만들어 내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Q.MD로서의 업무 외에도 편집자를 위한 실험실 연구원, 팟캐스트 뫼비우스의 띠지 진행자, 전철에서 책 읽는 사람 찾기 참여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계신데, 업무의 연장이라고 봐야 하나요?

중학생이 될 때쯤에 동네에 시립 도서관이 처음 생겼어요. 신문이랑 잡지가 많이 있었는데, 단행본보다 신문, 잡지 보는 걸 좋아했어요. 아무래도 신문과 잡지가 사회이슈를 많이 담고 있다 보니 사회인식에 눈을 떴죠. 그때 인문학의 지적인 토대나 발판을 쌓을 수 있던 건 아닌가 싶어요. 그때의 경험이 지금의 활동에 영향을 준다고 볼 수 있겠죠.
그리고 인문 MD다 보니까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의 이벤트 기획을 많이 합니다. 페미니스트, 필리버스터 등의 이슈를 기획해서 진행할 때 돈을 벌기 위해 이벤트를 한다는 비판적 시각도 있는데 이벤트를 한다고 책이 많이 팔리는 건 아니에요. 이벤트를 하는 책에 동의한다는 메시지를 드러내면서도 드러내지 않는 방식으로 제 의견을 표현하는 것이고 그런 역할을 알라딘 인문 MD에게 요구하는 분위기도 있습니다.

 

 

Q.한 주에 수십 권의 책을 출판사로부터 받으시는데, 수많은 책 중에서 MD추천 도서를 선정하는 기준이 있다면?

모든 MD가 같을 겁니다. 첫 번째 기준은 예상판매량입니다. 그 책이 얼마나 팔릴 것이냐가 기본적인 조건이에요. 얼마나 팔릴지 어떻게 아냐고 되물으실 수 있어요. 그런데 출판사에서도 어떤 책이 더 많이 판매될지 예상하시잖아요. 한 달에 몇 부 판매 될 거라는 예측을 하는 게 아니라 온라인 서점 메인에 보여줄 책이라든지 홍보를 어느 정도 해야 하는 책이라든지 자연스럽게 판매될 책이라든지 그 정도 판단은 기능적으로 하는 거죠. 당연히 MD 개인의 성향과 취향이 반영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전자보다 앞설 순 없죠.

 

Q.책을 추천하는 사람으로서 좋은 책은 독자에게 발견되기 마련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발견할 기회가 주어져야 독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궁극적으로 전자가 맞겠죠. 100년 전에 출간된 책이 여전히 읽히고 또 새롭게 이슈가 되기도 하니까요. 그렇지만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시간대가 짧기 때문에 후자에 얽매일 수밖에 없다고 봐요. 그렇게 봤을 때, 어떤 책이 독자, 고객에게 가 닿으려면 책의 장점이나 사야할 이유를 정리해 알리는 과정이 필요하죠. 책을 샀을 때 얻게 되는 혜택 또는 이득을 추가해서 제공하는 역할도 필요할 거고요. 이런 과정을 부정적으로 볼 필요도 없고 그 과정을 잘 이해해서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책에 대한 순수함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한국사회에 여전히 남아있는데 빨리 탈피해야 한다고 봐요. 출판계 언저리에 있는 사람들이야 고개를 끄덕이겠지만 그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설득이 안 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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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베스트셀러를 바라보는 부정적인 의견들도 있는데?

책이 포함하고 있는 시대적인 역할이나 가치가 장기적으로 나쁜 영향을 끼칠 수도 있겠죠. 그런데 우리가 오랜 기간을 예측하고 판단하고 행동하며 살 수 없잖아요. 책을 팔아보신 분들이 더 잘 알겁니다. 사람들이 돈 만원을 쉽게 쓰지 않아요. 많이 팔린다는 건 그 책이 뭔가를 준다는 이야기거든요. 만 원짜리 책 2000부 팔기가 쉽지 않습니다. 베스트셀러를 선택하는 게 허영이나 잘못된 믿음에서 기인할 수도 있는데 그런 믿음이 어디서 왔는지 생각해야지 무조건 비판적으로 보는 건 출판계가, 또는 개인이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스스로 막는 것 같아요.

 

Q.출판계의 불황이 오래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시점에서 출판사와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기본적으로 한국에서 책을 펴내는 출판사와 그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존경심을 가지고 있어요. 한국이라는 출판시장에서 연간 4만 종에 가까운 단행본이 나온다는 건 엄청난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판매가 많이 될 거라는 기대가 없으면서도 필요성 때문에 뭔가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놀랍습니다. 자본으로 굴러가는 시대에는 잘 맞지 않는 일이잖아요. 그런 일이 매년 4만 번 이상 시도된다는 거예요. 책을 향한 독자들의 신뢰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봅니다. 한국사회에서 책이 엄청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없는데 믿음과 신뢰를 잃지 않는다는 점에서 존경스러워요. 게다가 노동시간, 여가시간, 사회적인 압박 등을 고려했을 때 국내 독자들이 책을 적게 읽는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는 생각도 있고요. 이런 믿음과 신뢰에 보답하려면 출판계에서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역할을 더 적극적으로 발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출판 노동자나 인쇄소, 제본소, 외주 노동자 등 열악한 여건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보장하는 건 당연하고요.

 

Q.MD 님에게 책이란?

짐입니다. 물리적인 의미에서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책이 많아요. 이렇게 말하면서도 2~3일에 한 번 책을 사요. 습관처럼. 심지어 집에 들어가면 무서운 느낌이 들어요. 대략 2만 권 정도 있을 거예요. 싱크대 앞에도 상자가 여러 개 줄을 지어 있는데 식초랑 소금을 못 쓰고 있어요. 문을 열 수가 없어서(웃음). 책한테 공간을 완전히 장악 당했죠. 그럼에도 책의 무게 때문에 제가 책을 중심에 두고 여러 활동을 할 수 있는 근거가 되기도 합니다.

 

Q.인생책 세 권만 꼽는다면?

논리야 놀자 / 사계절 – 처음으로 책 읽는 재미를 줬던 책. 6학년 때 읽으면서 새롭게 배우는 지식이 너무 재미있었다. 지식을 습득해서 친구들에게 써먹는 재미, 그 재미를 알게 해 준 책이라서 기억에 남는다. 책이 닳도록 읽었다.
길가메시 서사시 / 휴머니스트 – 늘 책상 가까운 곳에 있는 책. 삶의 무게가 많이 느껴지거나 힘들어질 때 열어본다. 아주 먼 초기 인류부터 누구나 다 겪는 인간의 한계, 좌절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위로를 받는다. 심리치료서처럼 와 닿는 그런 책.
바이올렛 아워 / 갤리온 – 집중해서 판매해야 할 책인데 오늘 막 나온 책입니다(웃음). 죽음을 넘어가는 시간대를 표현하는데 미국에서 화제가 됐던 책. 수전 손택, 프로이트, 모리스 센닥 등 다섯 명의 작가가 죽음을 인지하거나 알게 됐을 때 어떤 방식으로 고민했는지 논픽션으로 풀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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